2016. 4. 17. 천불천탑 운주사
운주사(雲住寺)는 ‘구름이 머무는 곳’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데, ‘배를 움직인다’는 뜻의 運舟寺로 불리기도 한다.
절을 처음 지은 연대는 고려 중기에서 말기까지 매우 번창했던 사찰로 보이며, 15세기 후반 다시 크게 지어졌다가 정유재란으로 폐찰되었다.
운주사의 불상과 탑은 해학적이고 파격적인 아름다움의 절정을 보여준다. 탑들의 형상이 마치 항아리나 항아리 뚜껑을 얹어 놓은 모양, 맷돌을 얹어 놓은 모양, 자연석을 그대로 쌓아올린 모양 등 전혀 뜻밖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괴이하다거나 부담스럽지 않고 우리들에게 지극히 편안하고 친근한 조형미를 안겨준다.
운주사에 들어서면 거칠고 황량하면서도 어떤 열망으로 가득 찬 세계를 느낄 수 있는데 이러한 느낌은 가히 파격적이고 집단적 미의식에서 오는 것이다. 석불 하나하나의 개체가 보여주는 뛰어난 아름다움 보다는 똑같은 형상들이 반복적으로 펼치는 세계는 강렬하고 역동적인 에너지를 느끼게 한다.
현재 돌부처 70구와 석탑 18기만이 남아 있으나, 조선 초기까지는 천 여 구의 불상과 탑이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산과 들에 흩어져 있는 70여 구의 돌부처들은, 수 십 ㎝에서 10m 이상의 거대한 돌부처까지 그 크기가 매우 다양하다. 평면적이면서 토속적인 생김새에 어색하고 균형이 잡히지 않은 신체 구조는 고려시대 지방적인 특색을 잘 보여주고 있다.
석탑 또한 그 모양이나 무늬의 표현방식이 매우 독특하여, 3층·5층·7층 등 층수도 다양하다. 둥근 공모양의 원형탑이나 호떡 모양의 돌을 올려놓은 듯한 원판형탑 등 특이한 모양의 탑도 있다. 또한 탑의 표면에 ‘X’, ‘◇’, ‘川’과 같은 기하학 무늬들이 새겨 있어 특이하다.
운주사에는 누운 부처(와불)가 있어 유명하다. 도선이 천불천탑을 하룻밤에 세울 때 맨 마지막으로 와불을 일으켜 세우려 했는데, 공사에 싫증난 동자승이 닭이 울었다고 거짓말을 하여 불상을 세우지 못하였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운주사는 특이한 돌부처와 석탑이 모두 한 절 안에 있다는 점에서 천불천탑에 대한 독특한 신앙을 보여주는 좋은 예로서 우리나라 미술사와 불교사 연구에 중요한 절이다.
<이태호, 운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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