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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나무/다도해 야생화

모밀잣밤나무(참나무과 모밀잣밤나무속)

by 물골나그네 2017. 12. 31.

2017.  12.  29. 소리도 비렁길

이곳 섬사람들은 구실잣밤인지, 모밀잣밤인지 이름은 모른다. 그냥 '자밤나무, 잿밤나무'라고 한다. 동네어르신 말씀을 들어보면 올자밤, 늦자밤 있다고 한다. 전남산림자원연구소에서 다도해 섬지방 식생조사를 하였는데 이 섬에도 구실잣밤나무, 모밀잣밤나무가 자생한다고 보고한 바 있다.

점심때 바닷가 산중턱으로 새로 난 비렁길을 돌다가 데크 위에 떨어진 잣밤 깍정이를 벗겨봤더니 그동안 익히 봐왔던 다소 길쭉한 타원형의 구실잣밤나무 열매하고 다르다. 원형에 가까운 짧은 타원형이며 크기가 1.5cm미만이다. 사실 크기야 영양상태에 따라 큰것도 있고 작은것도 있을 수 있겠으나 열매의 형태가 다르게 보인다. 잎도 대부분의 구실잣밤나무는 물결성 톱니가 있는데 반해 오늘 만난 모밀잣밤무는 물결성 톱니가 거의 없다.

 

 

 

 

 

 

 

 

 

 

 

 

▲  모밀잣밤이라면 왜~ 동글동글하지 않을까?  분명 구실잣밤은 아닌데...경우의 수는 2가지로 추측된다.

 1. 순도 100%짜리 모밀잣밤나무가 아니나 모밀잣밤나무에 가깝다.(구실잣밤나무 성향이 일부 발현되었다.)

  2. 꽃가루 간섭을 받았다.(구실잣밤과 꽃피는 시기가 거의 같으므로 꽃가루(수꽃)를 옮기는 벌들이 구실잣밤 꽃가루를 묻혀다가 모밀잣밤 암꽃에 묻혀 놓았다.)  

 

 ▲  왼쪽이 구실잣밤나무 열매, 오른쪽이 모밀잣밤나무 열매다.  두 나무 열매 제 성질을 많이 가지고 있다.(순도가 100%에 가깝다)

   위 2가지 열매는 전남대 여수캠퍼스 내 잣밤나무 가로수에서 주웠다. 구실잣밤만 식재되어 있는 줄 알았더니 모밀잣밤나무도 몇그루 섞여있었다.

    팻말은 구실잣밤나무라고 써져 있다. 학교 관계자나 종묘상도 모르게 묘목장에서부터 섞여 있었다고 추정해 볼 수 있다.

    여수나  제주에도 가로수로 잣밤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곳에도 섞여있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이 된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잎 가장자리가 거의 물결성이 없는 나무(모밀잣밤)에서 오른쪽 동글동글한 열매를 주웠다. 일반화의 오류일 줄 모르지만...

    모밀잣밤나무와 구실잣밤나무를 구별하는 동정포인트는 크게 2가지로 보면 된다. 첫번째는 잎 거치 유무, 두번째는 열매모양이다.

    위 2가지만 보면 잣밤나무를 만났을때 헷갈리지 않고 쉽게 제대로 이름을 불러 줄 수 있겠다.

 

    단, 모밀잣밤과 구실잣밤이 가까이 있을때...이 경우는 열매를 보고 이름을 맞춘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둘 사이 꽃가루 간섭이

       일어날 확률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4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고 추정해 본다.

       1. 모밀잣밤 암꽃과 모밀잣밤 수꽃이 가루받이 했을때 열매의 모양은 ?  거의 구슬처럼 원형에 가깝다.

       2. 모밀잣밤 암꽃과 구실잣밤 수꽃이 가루받이 했을때 열매의 모양은 ?  완전 원형은 아니지만 짧은 타원형이다.<추정>

       3. 구실잣밤 암꽃과 모밀잣밤 수꽃이 가루받이 했을때 열매의 모양은 ?  열매 아랫부분이 통통하고 꼭지로 갈수록 경사가 심하다.<추정>

       4. 구실잣밤 암꽃과 구실잣밤 수꽃이 가루받이 했을때 열매의 모양은 ?  졸참나무 열매처럼 길쭉하다.

   위 경우 2,3번 열매는 분간 하기가 거의 곤란할 수 밖에 없다. 내 생각엔 2,3번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헷갈릴 수 밖에 없다.

   또 다른 경우의 수가 있다. 실제 자연상태에서는 이 경우가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5. 위 경우의 수 2번이나 3번의 열매인 중간종(잡종) 열매가 발아 성장해서 열매를 맺는 경우 ?

          >> 통영 욕지도 모밀잣밤나무숲의 경우 모밀잣밤나무 유전적영향을 많이 받았으나 순도 100%짜리 모밀잣밤나무가 아니다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식생조사를 해보면 구실잣밤나무 성향을 띄는 나무도 있을 것이다.           

 

* 그런데 위 2종류 열매사진을 보고 나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애초에 잣밤나무 이름 지을때 바뀌지 않았을까 추정해 본다.

 '구실잣밤나무' 이명이 '구슬잣밤나무'라고 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위 사진처럼 동글동글한 열매가 열리는 잣밤나무를 구실잣밤나무라고 명명했어야 했다. 아마도 전라도나 제주도에서 구슬을 사투리로 구실이라고 하는데 이를 차용하거나 구실을 공처럼 생긴 열매 球實로 봤다면 현재 우리가 부르고 있는 모밀잣밤나무를 구실잣밤나무라고 최초에 명명했어야 했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가지에 열매가 달린 갯수(보통 9개전후)를 보고 구실(九實)로 보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모밀잣밤나무는 왜 모밀잣밤나무라고 했을까?

모밀잣밤나무 열매가 안까진 것(포경상태)을 주워서 까 봤더니 아래 사진처럼 어쩌면 메밀 같기도 했다.   

 

           ▲  전남대 여수캠퍼스 내 가로수로 식재된 '모밀잣밤나무'에서 주웠는데 깍정이가 벌어지지 않은 포경상태인 것을 억지로 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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